1. 산행일시 : 2008. 11. 28 - 29(토) 무박 2일
2. 교 통 편 : 갈때 : 동서울터미널(24:00) - 백무동(03:26)
올때 : 중산리(12:50) - 원지(13:40) - 남부터미널
3. 산행코스 : 백무동 - 하동바위 - 참샘 - 소지봉 - 장터목산장 - 제석봉 - 천왕봉 - 개선문 - 중산리탐방센터
4. 산행시간 : 약 8시간(백무동 - 천왕봉 - 중산리탐방센터)
5. 동 행 : 단독산행
6. 산행후기 : 지리산에 눈이 왔다는 얘기를 듣고 그냥 눈좀 밟아볼까 하는 가벼운 생각으로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주섬주섬 배낭을 꾸려 나오려 하니 아이들과
집사람이 싫어한다. 미안한 마음도 들고 동행자도 없어서 가고 싶지 않은 마음도 약간 있다. 그래도 남자가 칼을 뽑았으니 무라도 짤라야 하기에 10시 조금 넘은
시간에 집을 나선다. 이번 산행은 추위로 게을러지고 체력관리에 소홀해진 나에게 주는 벌이면서, 그걸 깨달은 것에 대한 상 일수도 있으리라.
일기예보를 보니 중부지방은 눈 또는 비라고 하고 중부이남은 흐리다고만 해서 눈이 오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산행하는 동안 올 겨울 내내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눈을 이번 산행 한번을 통해서 전부 만나고 온 느낌이었다. 특히 장터목에서 제석봉까지 가는 사이에 만난 눈보라는 정말 자연의 힘이 얼마나 엄청난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으며, 겨울 산행의 무서움을 체감할 수 있었다. 미친 듯한 눈부라가 휘몰아쳐 앞이 잘 보이지 않고, 앞선 산객들의 발자국도 금방 지워져버려 잘 못하면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상태였다. 산객들이 장터목에서 눈이 하도 많이오니 그냥 산장에 머무르고 산행에 나서는 이들이 거의 없었다. 나도 그냥 장터목에서 쉬다가 다시 내려갈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장터목에서 천왕봉까지의 산행길은 몇번 와 보았기에 길이 눈에 익었고 샛길이 없어 길을 잘못들 염려가 없음을 잘 알고 있었기에 혼자라도 갈 수 있다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기에 산행을 진행할 수 있었고, 너무나도 멋진 설경을 다른 사람들의 방해없이 여유롭게 충분히 감상할 수 있었다.
같이 산행에 나서지 못한 동료들에게 이 멋진 한폭의 자연풍경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는데, 사진에 담는다고 해도 그 느낌을 전부 다 담을 수 없기에 안타까움이 있었다. 눈보라가 너무 심하게 몰아쳐 몸의 중심을 잡지못해 사진을 찍기위해 카메라를 꺼내다 2번이나 땅에 떨어뜨렸는데 눈이 쌓여있어서 고장도 나지않고 잘 작동했다. 손이 너무시려서 장갑을 벗을 수 없기에 사진찍는 일도 만만치 않았고 렌즈에 붙는 눈들로 인해 금방 물기가 서려서 사진찍기가 정말 어려웠다.
이번 산행을 통해서 꽃은 봄, 여름, 가을에만 볼 수 있다는 내 고정관념도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다. 겨울에도 꽃을 볼 수 있었고, 그것은 바로 눈꽃이었다.
꽃중에 꽃은 역시 눈꽃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조금은 특별한 눈맞이 산행이었다.
백무동행 마지막 시외버스에는 손님들이 꽉 찼고, 4팀 정도가 지리산에 가는 것 같았다.
백무동에 내려서 산행을 시작하니 내가 제일 먼저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이곳에서 다른 팀이 올라오기를 기다리며 산행준비를 했다.
이 때가 3시 33분이었다.
야간산행이어서 하동바위는 보이지도 않아서 그냥 지나치게 되었고, 참샘은 물이 흐르는 것만을 확인했다.
산행을 하다 보니 눈이 갑자기 나타나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많은 눈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음 속으로 눈이 제법왔었구나 생각하면서 "오늘 재미있는 산행을 할 수 있겠네" 하는 순진한(?) 생각을 했는데
불과 몇시간 후에 엄청난 눈보라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이때까지 도저히 할 수 없었다.
장터목으로 가는 좁은 길 옆에는 산죽들이 많았고, 눈을 뒤집어 쓰고 있었다.
조금씩 위로 오르다 보니 눈이 덮인게 장난 아닌 것 같았다.
이정목 위에도 눈이 쌓여 있고,
앙상한 고사목 위에도 눈은 쌓여 있었는데, 조금씩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장터목에 도착하니 눈발이 거세지기 시작해 디카 렌즈에 눈들이 달라붙어 사진찍기가 어려워진다.
만약에 다른 일행들과 왔으면 장터목 산장에서 그냥 눌러앉아서 놀고 있었을텐데, 혼자와서 산장에서 별로 할게 없어서 그냥 쉬지않고 산행을 계속하기로 했다.
그러나 제석봉으로 가기위해 계단 몇개를 오르니 그 순간부터 그냥 산장에 있을 걸 하는 후회가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눈발은 더욱 굵어지고 바람은 더 게세게 불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앞 사람이 지나간 발자국이 없어진다.
제석봉 바로 아래 조망대 근처의 나무에 피어난 눈꽃.
제석봉에 도착해 이정목을 찍었는데 이정목에도 상고대인지 눈꽃인지 모르는 것들이 피어난다.
렌즈에 달려붙는 눈을 닦아도 닦아도 감당못해 그냥 마음편히 먹고 사진 찍기로 했다.
눈보라에 뒤덮인 하늘은 어두워져 갔다.
나무가지들이 눈꽃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아래로 처져있다.
나무가지에 피어난 상고대
시야는 너무 흐리고, 가까이 있는 나무들 밖에 보이는 것이 없다.
계속되는 눈꽃들을 바라보며 이제는 아름답다는 생각보다 무섭다는 생각이 앞선다.
요 고사목은 얼마전 지리산에 왔을 때 본 기억이 나서 다시 사진에 담아보았다.
이런 모진 시련을 봄까지 견디어야 새로운 싹을 틔울 수 있으리라.
조금 날씨가 맑아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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