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제주 올레에 다녀오고 나서는 부쩍 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어느날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는데 동료가 산책을 가자고 한다.
따라 나섰더니 좋은 길을 안내해주었다.
이 길을 몇 번 걷다가 문득 이 길을 산책길로 만들기로 하고,
기존의 길에다가 조금 더 흙길을 찾아내어 나의 산책길로 만들었다.
산책길을 만들면서의 원칙은
가. 가급적 흙길일 것
나. 자연과 가까운 생태를 유지하고 있는 길
다. 차량통행에 방해받지 않고 걸을 수 있는 길
라. 가급적이면 연대의 역사가 살아 있는 길.
마. 볼거리가 있는 길로 정했다.
아직 완성된 길이 아니라서 나중에 수정할 부분이 있겠지만 80% 이상은 확정되었다.
산책길 출발점인 안이비인후과병원
이 곳은 구내식당에서 나오자 마자 제일 가까이 있는 건물이고 안이병원 라운지에서는 연대 정문이 훤하게 조망된다.
두개의 길을 가로건너서 독수리상 앞으로 간다.
연대의 상징인 독수리상
처녀가 이 독수리상 앞을 지나가야 저 독수리가 날아갈 수 있다고 하는데 아직까지도 저러고 있다.
독수리상을 지나 농구코트를 끼고 직진한다.
연대에서 가장 젊음이 발산되는 장소중 한 곳이다.
그렇게 농구코트를 직진하면 체육관 앞으로 나오는데 체육관의 오른쪽 오르막 길로 오른다.
큰 플라타너스 나무그늘 사이의 벤치에 앉게되면
깊어가는 가을날과 함께 사색에 젖게 만드는 길이다.
요런 조형물도 설치되어 있고,
측우기(?)
연구관 오른쪽 소나무가 있는 길을 택한다.
서문 끝에서 언더우드기념관 방향으로 접어든다.
그럼 환한 미소로 반겨주는 이 있으니 노오란 소국이다.
이 가을 단풍과 억새에 정신을 내준 나에게 가을의 주인공은 '나'라고 소리없는 주장을 펴고 있다.
좀 더 앞으로 나아가면 생활환경대학 건물이 있고
이 건물 오른쪽 사이길을 택한다.
가로등 한쌍과 붉은 담쟁이가 맞아준다.
가로등 불이 비칠때 보는 붉은 담쟁이의 빛깔은 얼마나 고울까?
화단에는 아직도 꽃이 피어 벌과 나비를 부르고 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숲길이 시작된다.
윗 사진중 왼쪽의 길로 가면 길가의 나무들이 대부분 단풍나무이다.
이제 막 단풍이 시작되려고 한다.
푸른 가을 햇살도 단풍잎을 통과하는 순간 붉은 색으로 동화된다.
지나가는 이 없는 한적한 오솔길이다.
고색창연한 언더우드 기념관
이 길에서 산비둘기는 자주 만날 수 있는 새이다.
언더우드 기념관을 좌측 계단으로 내려오면 연립주택과 마주한 담이 나오는데
이 담 옆에 난 길을 쭉 따라 올라간다.
이 길의 주인공은 소국이다.
비록 몇 송이밖에 없지만
남이 보거나 말거나 아무 상관없이 아름다운 꽃을 틔운다.
이게 자연산 영지버섯일까?
이 산책길에는 우리나라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서양등골나물이 지천이다.
약간의 오르막이 시작되는 곳이다.
오르막 정상
숲에는 많은 고사목들이 널부러져 있어서 정돈된 느낌이 없고 어수선하다.
오르막이 있으니 짝인 내리막이 있어야 한다.
순국동문의 묘도 2기가 있다.
가운데 난 길을 가로질러 오솔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아직 저녁때가 되지 않았기에 분꽃들은 잎을 다물고 있는데,
분꽃 한 송이는 시절을 잊고 산다.
숲이 우거져 햇볕이 땅까지 닿지않으니 햇볕구경을 위해 담쟁이는 나무를 타고 올라야 한다.
내가 가장 사랑스러워 하는 길
쭉쭉뻗은 플라타너스 나무들의 도열을 받을 수 있는 길이다.
이제 코스모스도 깊어가는 가을앞에서 생기를 잃어버리고 시름시름 앓고 있는 듯 하다.
검붉은 핏빛으로 유혹중인 단풍나무
가을은 유혹에 약한 계절인가 보다.
지남철에 이끌려가는 쇠붙이모냥 단풍나무로 끌려간다.
경영대학 건물을 따라 내려오면 오래된 건물들을 만나게 된다.
본관은 담쟁이의 포로다.
본관 건물에서 좌회전하면 나오는 청송대
비록 깨끗한 물은 아니지만 약간의 물이 있어서 물가를 좋아하는 물봉선 같은 꽃이 핀다.
한 여름에도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는 청송대
오늘은 시간관계상 노천극장은 생략하고 바로 음대로 가는 길로 접어든다.
노천극장 맨 윗단에 올라서면 연대 건물들의 스카이라인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청송대를 거쳐 노천극장을 지나 이 길로 내려오면 된다.
이 길이 음악대학으로 가는 길인데 길가 양쪽이 모두 단풍나무이다.
단풍으로 물들면 햇빛에 반사되는 붉은 길이다.
음악대학에서는 항상 악기소리나 성악소리가 흘러나서 좋다.
또한 캠펴스 내에서 유일하게 억새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억새 구경을 다하고 이 곳으로 내려가 광혜원을 들르면 나의 올레길은 끝이 나는데
지금은 공사중이어서 광혜원을 가기가 조금 어려워 이 곳에서 산책길을 마친다.
산책길 소요 시간은 40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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