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란
이생진 시인
보목 포구 어유등대가 있던 자리에서
디카의 코를 내밀어 섶섬을 잡아당긴다.
돌아서 보니 돌담 밑에 쭈그리고 앉은 문주란
겨울에도 제 생명 움켜쥐고 봄을 기다리는 모습이
처량하기도 하고 장하기도 하고
수선화야 작으니 귀엽지만
문주란은 덩치가 커서 남의 방에 들어갈 수 없다.
겨울바람을 피해 돌담에 기대섰네
겨울 허수아비처럼 꺼칠하니 섰네
봄이 오면 두고 보자는 의지가 이어 다행이네
그런데 어유등대는 어디 갔을까
가로등에 밀려나 물에 빠졌나
그건 봄 여름도 없이 사는 건데
어디로 밀려났다
돌아오지 않은 사내처럼
기다려지네
- 서귀포 칠십리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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